[여의도풍향계] 방탄이냐 탄압이냐…물고 물리는 체포동의안 셈법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최근 국회에서는 '돈 봉투 의혹'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출신 윤관석·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습니다.<br /><br />벌써 21대 국회 들어 8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인데요.<br /><br />'체포동의안'의 물고 물리는 여야 셈법을 장윤희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 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요즘 국회에서 심심찮게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.<br /><br />바로 체포동의안 표결입니다.<br /><br />여야 대치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이 체포동의안 표결 셈법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모습입니다.<br /><br />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특권이 있어,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 체포 또는 구금을 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.<br /><br />왕실이나 정권이 의원을 함부로 구속해 야당을 탄압하는 것을 막는 장치에서 발전한 제도인데요.<br /><br />우리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려면 '재적 의원 과반 출석'에 '출석 의원 과반 찬성'이 필요합니다.<br /><br />이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거대 의석을 지닌 민주당에 가결 여부가 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.<br /><br />그렇다면 21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적은 어떨까요.<br /><br />21대 국회 개원 이래 본회의에 오른 체포동의안은 총 8건입니다.<br /><br />가결은 정정순·이상직·정찬민·하영제 의원 등 4건, 부결은 노웅래·이재명·윤관석·이성만 의원 등 4건입니다.<br /><br />시간이 갈수록, 민주당 의원 또는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에 대한 부결 건수가 늘어난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.<br /><br />사례 살펴보겠습니다.<br /><br />2020년 민주당 지도부는 총선 회계 부정혐의를 받던 정정순 당시 의원에게 자진 출석해 조사 받을 것을 권했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정 전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, 가결에 무게를 실었습니다.<br /><br /> "민주당은 국회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방탄 국회를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."<br /><br />여야는 21대 국회 첫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한 '원포인트 본회의'를 신속히 열어 통과시켰습니다.<br /><br />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2015년 8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전 의원 이후 5년여 만이었습니다.<br /><br />2021년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직 전 의원과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에 대한 두 건의 체포동의안 모두 높은 찬성 비율로 가결됐습니다.<br /><br />다만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,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장동과 성남FC 의혹 관련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며 체포동의안을 대하는 여야 자세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입니다.<br /><br />민주당은 이 대표 수사를 '야당 탄압'이라 규정했고, 국민의힘은 이를 '이재명 방탄'으로 맞서며, 출구 없는 강대강 대치가 지속됐는데요.<br /><br />지난 겨울 뇌물수수 혐의의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향배를 가늠하는 전초전으로 여겨졌습니다.<br /><br /> "노웅래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는 녹음파일이 있습니다."<br /><br /> "뇌물 받은 것처럼 언론플레이해서 재판도 받기 전에 저를 범법자로 만들었고 저는 만신창이가 됐습니다."<br /><br />민주당이 대거 부결표를 던지면서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.<br /><br />21대 국회 첫 부결이었습니다.<br /><br />그로부터 두달 뒤,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.<br /><br /> "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대해서 여러분께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."<br /><br />민주당 지도부는 '당론을 정할 필요도 없이'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막아낼 것을 확신했지만,<br /><br />가결 보다 뼈아픈 부결을 확인해야했습니다.<br /><br /> "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은…조용히 하세요! 총 투표 수 297표 중 가 139표, 부 138표, 기권 9표, 무효 11표로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."<br /><br />압도적 부결이란 지도부 기대와 달리 찬성이 반대보다 더 많았고, 과반 찬성 요건에 미달하는 바람에 동의안이 부결되는, 예상못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.<br /><br />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이 대표는 당직 개편을 단행하며 이탈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풀어가야 할 쇄신 과제는 가득 쌓인 모습입니다.<br /><br />공교롭게도 이 대표 다음 체포동의안 대상은 국민의힘에서 나왔습니다.<br /><br />하영제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표결에 부쳐진건데요.<br /><br />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사실상 당론으로 내세우며, 이 대표에게도 특권을 내려놓으라 압박했습니다.<br /><br /> "우리는 국회의원 특권 중 하나인 불체포특권을 사실상 포기하겠다고 여러차례 선언을 해서 불체포특권의 포기가 당론과 진배 없는 그런 상황인 점을 감안해주시면 좋겠고…."<br /><br />하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는데, 앞서 민주당이 이 대표나 노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과는 대비됩니다.<br /><br />가장 최근에는 '돈 봉투 의혹'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윤관석, 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돼, 부결로 끝났습니다.<br /><br /> "도대체 언제, 누가, 무엇 때문에 매표용 돈 봉투를 전달한다는 말입니까?"<br /><br /> "제가 무슨 뇌물을 받은 것도, 돈을 착복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?"<br /><br />두 의원에 대해선 한때 민주당 내에서도 가결 기류가 우세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상당수가 부결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된 셈인데요.<br /><br />동정표, 검찰 수사 반감 등 여러가지 판단이 작용했겠지만 '제 식구 감싸기'란 꼬리표는 떼기 어려워 보입니다.<br /><br />국회의원 불체포 특권과 체포동의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치권의 해묵은 논쟁이지만 결론은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오히려 선거철마다, 정국 상황에 따라 상대를 공격하는 도구 또는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기제처럼 쓰이는 모습인데요.<br /><br />여야가 체포동의안 수싸움보다는 민생을 살리기 위한 셈법에 더 골몰했으면 합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
